May
02
2008
얼마전 학교 병원 100주년 파티가 있었다. 병원앞 뜰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바베큐를 구워먹었다. 여기저기 낯익은 교수들 얼굴도 보이고, 하얀 가운이며 파란 스크럽 입은 사람들이며 나같은 포닥이며 대학원 생들이며 다들 공짜점심에 즐거워 삼삼오오 모여서 먹고 떠든다. 이게 요즘의 한국이었으면 주최측이 돌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미국사람들은 다 미국소를 먹고산다. 미국에 사는 나도 미국 소고기 먹고 산다. 미국 사람이라고 사골국물 먹지 않는거 아니다. beef broth라고 수퍼에서 캔으로 파는 고깃국물은 온갖 soup이나 sauce 재료로 안들어가는데가 거의 없는데, 이게 우리나라로 치면 사골 국물이다. 이뼈 저뼈 모아다가 각종 야채넣고 한나절 푸욱 끓여만든 국물 - food channel에서도 종종 레써피가 등장한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이 햄버거 좀 좋아하나. 우리나라에 만만한 삼겹살이 있으면 미국에는 바베큐가 있다. 이고기 저고기 모아서 잘 갈아다가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서 집주인이 앞뜰에서 구워주면 한장씩 받아들고 빵에 끼워 먹는다. 간편하고 맛도 좋고 파티 기분내기도 딱이다.
미국 소고기는 살도 통통하고 몸집도 크고 대량으로 키워내서 그런지 값이 엄청나게 싸다. 한우 소고기값이 얼마인지 모르는 나로서는 비교하기가 쉽지않지만 대략 살코기만 두터운 갈비 한근이 15불 근처- 엄마 말로는 한우의 10분의 1가격이란다. 이렇게 값도 싸고 질도 좋으니 이런 미국 소고기가 수입되면 송아지를 키우는 많은 수의 한국 농가들은 모두 파산하게 될것이 빤하다. 그래서 이때껏 정부에서 미국 소고기 수입을 막아낸 것이다.
광우병은 아직 아무도 그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전염병의 일종이다. 박테리아도 바이러스도 아닌 프리온이라는, 그 역시 숙련된 과학자들조차 실체를 잡아내기 쉽지않은 기괴한 단백질 덩어리에 의해 생긴다는 병이다.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예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숫자는 생각보다 대단히 작다. 누군가 말마따나 벼락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도 훨씬 낫단다. 그래도 통계란것이 사실 숫자 놀음이다보니 그 백만분의 일중에 하나가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로또를 사기도 하고, 광우병에 걸려 죽은 어느 남의나라 젊은 여자 얘기가 남일같지 않아 광분한다.광우병이 아니었으면 소 수입개방에 사람들이 이토록 분노했을까? 아니었을게다. 그냥 여느 농산물 수입개방때처럼, 지난번 FTA 협상때처럼, 농민들만 분노하고, 몇몇 단체들만 시위하고 은근슬쩍 넘어갔을것이다. 아마 현정부도 그래서 이런 반응은 꿈도 못꿨을것이다. 그런데 참 어처구니 없게도 1억원짜리 핸드백도, 위장전입에 탈세도, BBK도, 고소영 땅부자 내각으로도, 대운하로도 끄덕없던 새 정부가 난데없이 소때문에 사면초가에 몰린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신기한 일도 따지고 보면 뉴타운만 해준다면, 그래서 내 집값만 올려준다면 누가 나와도 국회의원으로 뽑겠다는 사람들이나, 성추행을 했건 탈세를 했건 공안검사건 전과범이건 당장 우리 고향 출신 사람이라면 무조건 뽑아놓고 본다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생각하면 사실 그리 놀랄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참 씁쓸해진다.
P.S-나의 정치성향을 아는 사람은 그럴리 없겠으나개중에 혹 오해를 할 사람이 있을까봐….1. 나는 이런식의 소시장 개방은 절대 반대이고2. 누가 뭐래도 광우병은 무서운 병인게 맞다.협상팀이라고 하는 자들이 온갖 편법이 몸에 밴 숭미주의자들이다보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별 노력도 안해보고 은근슬쩍 소시장 전면 개방해버리고는 값싸고 질좋은 고기 운운하는 꼴도 사실은 정말 역겹고 (뭐 그럴리야 없겠지만 안되는 영어로 통역없이 덤비다가 덥석 당한거 아녀?), 꼭 광우병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농수산물 수입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도 엄격한 검역체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생각조차 안하고 이전 정권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그 무능함이 참으로 경멸스럽다.다만 소시장 개방건 말고도 더 큰 문제들이 수도없이 많은데, 오로지 ‘광우병’만이 이슈가 되어 이만한 반향을 일으킨다는게 실망스러운거다. 또 광우병의 위험성이라는게 저급언론들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져서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는것도 문제다. 나로서는 그저 이일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차분히 두고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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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2
2008
Infectious Diseases, Vaccinations, Responsibility, and Irresponsibility (전염병, 백신, 책임과 무책임)A single person contracted an infectious disease in Switzerland sometime during the week before January 15th. Within 10 days, new casesof the disease had been identified in San DIego. Less than two weekslater, the disease was known to have spread to Honolulu. People exposed to the disease are known to have attended a performance of Cirque du Soleil and a major sporting event.This isn’t a Tom Clancy novel or a Homeland Security exercise, and the illness in question isn’t some obscure new infectious disease. It’s measles.1월 15일경 스위스에서 어떤 사람이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그리고 열흘만에 같은 병에 감염된 사례가 샌디에고에서 발견되었다. 그로부터 2주가 채 되지않아서 이 병은 호놀룰루로 퍼져나갔다. 게다가 이 병에 감염된 사람들이 Cirque du Soleil이라는 굉장히 큰 공연을 구경하러 갔다고 한다. - 이 얘기는 탐 클랜시의 소설이나 홈랜드 시큐리티의 훈련상황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퍼져나간 이 전염병은 원인을 모르는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바로 ‘홍역’이었다.
얼마전 종종 들르는 블로그에서 윗글을 보고 관련된 글을 한번 써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요즘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백신거부 운동(?) 같은게 시작되고 있는 모양인지 리더기에서 백신 관련글이 종종 떠오른다.요즘 한국 애기엄마들 사이에서는 웰빙바람(?)때문인지 모든걸 - 분만부터 수유, 기저귀, 이유식 이제는 백신까지-자연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위적인걸 거부하는 바람이 불고 있는듯 하다. 첨단의학과 과학기술, 현대화된 편의시설을 거부하고 분만,수유,면기저귀,유기농 이유식을 고집하는 것 까지는 수긍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같은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들을 보면 정말 그 무지함과 무책임에 화가 날 지경이다.백신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건 정상적인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이니까. 문제는 자신의 무지때문에 백신을 거부함으로해서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얼마나 수많은 다른 귀한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그 이기주의와 무책임함이다. 다시한번 위에서 인용했던 글의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The person who contracted measles in Switzerland is an unvaccinated7-year old. That person spread the disease to two (also unvaccinated)siblings. Between them, they managed to infect two other (unvaccinated)students who attend school with them. When the parents took the first patient tothe doctor, four other children who were waiting at the office wereexposed to, and contracted, measles. When they returned to the sameoffice, they exposed a total of sixty other people (although it’s notyet clear how many of them may have actually contracted the disease).스위스에서 홍역에 감염된 사람은 백신을 맞지않은 일곱살자리였다. 이 아이는 역시 백신을 맞지않은 자신의 두 형제에게 홍역을 옮겼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또 다른 백신을 맞지않은 친구들을 감염시켰다. 홍역에 감염된 아이를 의사에게 보이기위해 병원에 갔다가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네명의 아이를 감염시켰다. 이 아이들이 또 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을 재차 방문하면서 총 60명이 홍역에 노출되었다.One of the children who was initially exposed at the doctor’soffice flew to Honolulu during a period when he or she was contagious,potentially exposing up to 250 more people on the airplane and anunknown number of people who were at the gate area of the airportduring the three hours that the family was waiting for their flight.Another of the children exposed at the doctor is a 10-month old.Apparently, the parents of both of these children are big believers inthe benefits of early childhood development, because a day care centerand a swim school have had to temporarily close their programs forchildren under one year old.병원 진료실에서 감염된 아이중의 하나가 비행기를 타고 호놀룰루를 방문하면서 비행기에 있던 250여명의 사람들과 공항게이트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홍역에 노출되었다. 병원 진료실에서 감염된 아이중의 하나는 이제 겨우 10개월짜리 (아직 백신을 맞을만큼 자라지도 못한) 아기였다. 이 아이들 때문에 어린이 집 하나와 어린이 수영학교가 한살이하 어린이들에 대해 임시휴교령을 내려야했던걸 보면 이 부모들은 대단한 조기교육 열성파였던 모양이다.All of this brings us to the subject of responsibility.이 모든것은 결국 ‘책임감’이라는 문제로 귀결된다.This entire measles outbreak has a single cause: the decision that twoparents made to not vaccinate their children. I do not know why theymade that choice - it might have been because they’re afraid thatthere’s a link between measles and autism, it might be because theyhave religious objections, it might be for some reason comprehensibleonly to them - but that doesn’t really matter. The key here is thatthese parents decided that they would not vaccinate their children. Asa result of this decision, three of their children got sick.Unfortunately, the consequences of their bad decision did not stopthere.어떤 한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추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이 사소한 결정은 엄청난 홍역의 대 확산을 불러왔다. 도대체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정말 모를일이다. - 아마도 홍역과 자폐증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얘길 들어서인지, 혹은 종교적인 믿음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란말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추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해 자기 자식들 셋 모두가 홍역을 앓게 되었고 재수없게도 그들의 어리석은 결단이 불러온 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부모의 무지함이 수백명을 홍역 공포로 몰아간 예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전염병을 알았던 적이 있거나 백신을 맞은 성인들에게는 사실 홍역 같은 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하더라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문제는 아직 백신을 맞을만큼 자라지도 않은 영유아들, 면역체계가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다. 그들에게는 사소한 전염병도 생사를 위협할만큼 큰 병이 된다.현대의학과 현대의 과학기술은 맹목적으로 거부해야만 하는 ‘악’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인간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발전되어 온 것들을 단지 ‘인위적’이고 ‘해로울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그것도 자기 자신과 자신의 귀한 아이의 건강이 걸려있는 문제를 인터넷에서 떠도는 pseudoscience에 의존해서 섣불리 결정하려는 사람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오래전 생물시간에 배웠던 교과서라도 한번더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Mar
17
2008
Facebook을 시작했다. 이건 미국판 아이러브스쿨+싸이월드. 가히 어린애들이 재밌어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래도 워낙 이곳저곳을 떠돌다보니 떠나온 친구들과 연락하기에 딱좋은 시스템이긴 하다. 그런데 가끔 한두번 말섞은거 말고는 친구라 할 수 없는 녀석들이 친구 신청을 해오면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지금도 한개의 친구신청을 깔고 앉고 있는중인데 억셉하는거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을거 같아 고민중…
Feb
26
2008
늘 그렇듯이 또 합성을 하다가 막혔다. 이리로 가려고 해도 저리로 돌아가려고 해도 모두 막혔다. 진퇴양난이다. 그럼 또 돌아갈 길을 찾아 봐야 하는데 이젠 그럴 맘이 안생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학교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건지 이제 더이상 학교에 머물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서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아이디어가 안떠오른다. 아이디어를 쥐어짜내는 건 정말 늘 고통스럽다. 역시 리써치란 반짝반짝하고 번뜩이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애들이 해야 하는거지 나같은 엉덩이들이 할 일이 아닌가보다.
이젠 더이상 남을 위해서, 남 보기에 좋은 일은 때려치우고, 정말 내가 하고싶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기에는 아직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Feb
25
2008
내손으로 뽑아놓고 정작 그곳에서 살지 못해 지난 5년간 참 많이 아쉬웠더랬습니다. 당신이 어처구니 없이 탄핵을 당했을때는 분한 마음을 애꿎은 미국애들에게 터뜨렸드랬지요.
지난 5년간 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모든게 당신때문이라는 말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이젠 국민에게 많이 가깝고 편한 대상이 되었다는 얘기라고 생각하렵니다. 한국전쟁 말고는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 친구들에게 전직 ‘human rights lawyer’인 liberalist 가 한국의 대통령이라고 설명할때 참으로 자랑스러웠는데 이제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참 난감 하군요…
‘참여정부’를 ‘무능한 좌파가 앗아간 5년’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뽑아놓은 전과 14범의 대통령이 오늘 취임을 했습니다. 그 밑에는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최고 부자들로만 엄선된 내각에 반공 안보주의자 통일부 장관, 절대농지를 투기목적으로 구입하고 제자 논문을 표절한 환경부 장관, ‘국민정화운동’에 공헌한 기여로 전두환 정권의 표창을 받은 복지부 장관, 신군부 입법위원 출신에 국민에게 IMF를 안겨준 문민정부시절 부총리를 역임한 바 있는 총리후보…일일이 늘어놓자니 속이 매스꺼워올 지경이군요. 이 사람들이 앞으로 5년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고 서민 경제를 살릴 거랍니다. 일년에 몇천만원이 넘는 유학생 자식들 학비며 생활비를 대느라 고생인 기러기 아빠들이 안쓰러워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답니다. 사람들 제대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주겠다고 국민 의료보험도 없앤다 하구요. 아니 그래도 ‘경제만 살리면 되지’ 그럼 그만 아니겠습니까.
당분간 또 한국 신문 보는 일은 그만둬야 하려나 봅니다. 어쨌거나 노무현 대통령님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젠 편히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