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06 2005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

Published by prozac at 5:33 pm under Musing

며칠째 실험하다 짬만 났다하면 인터넷을 뒤진다. 자주 다니던 과학블로그들하고, scieng 랑 BRIC 게시판. BRIC 은 학부때 리포트 숙제때문에 들락거리던 이후로 근 10년만에 드나드는거라 기분이 참 새롭다. PD수첩의 1차방송에서 끝날줄 알았던 줄기세포 공방은 벌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니 어쩌면 나 혼자 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제발 황박사님을 그만 놔주라’며 진달래꽃을 길에 뿌리는가 하면 우리의 주인공(?)은 손가락 하나만 들어도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사람 천명이 줄을 서는판에 이런 풍토에서는 도저히 과학을 못하겠다고 몸져 누웠단다. 그리고 이미 올봄에 제출되어 여름에 출판완료된 논문을 두고도 11월의 PD 수첩 방송때문에 연구를 못해서 선수를 뺏겼다는 안타까운 신문 기사가 포탈을 수놓는다.

어릴적부터 과학잡지를 재밌게 봐오던 내 기억으로는 황우석 박사는 꽤 오래전부터 유명인(?)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이 불모지와 같았던 15년전쯤 전부터 손꼽히는 유전공학자로 신문이나 잡지에 종종 등장하곤 했었고, 영국에서 최초로 양을 복제한지 얼마 안되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소를 복제해낸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리고 작년에 최초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기사를 접했을때, 솔직히 나는 그 분이 참 자랑스러웠다. 우리나라 이공계가 위기라는데 스타과학자가 한 사람쯤 등장해서 의대나 법대로만 몰리는 똑똑한 학생들이 다시 공대나 자연대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올해. 1년만에 획기적으로 복제효율을 향상시켰다는 논문을 싸이언스에 개재하면서 이분은 국가적 영웅이 된다. 아니 교주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의 연구가 국가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익을 가져다 줄것이고, 온갖 불치병 치료는 바로 눈앞에 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가 눈한번만 깜짝해도 모든게 뉴스가 되고, 그에게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할라 치면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반역자에 매국노가 된다. 하지만 척추손상 장애인인 강원래씨와 만나 당신을 제일먼저 치료해주마고 마치 앉은뱅이를 일으킨 예수처럼 온화한 웃음을 짓는 그의 사진에 감동받을줄만 알았지 그의 연구가 과연 불치병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실질적인 의문을 가져본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신약개발에서 무수한 신물질의 합성과 in vitro실험을 통해 후보물질이 하나 얻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끝도 없는 동물실험과 임상을 거쳐야만 약으로써 시판될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라. 그나마도 신약개발과정은 지난 백여년에 걸쳐 모든 실험들이 최적화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줄기세포를 실질적인 치료용도로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 게다가 줄기세포를 치료용도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분화와 발생에 관련된 메카니즘이 연구되어야 하는데 이역시 여전히 진행중이고, 앞으로 몇십년 안에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줄기세포연구를 실질적인 치료용 연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분자생물학자와 의학자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축산학을 전공한 동물복제전문가인 황우석 박사가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천번을 양보해서 만에 하나 그의 연구가 불치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들 그걸 국익과 연관짓는 사람들이 내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안간다. 불치병을 앓는 사람이 한국사람이건 미국사람이건 일본사람이건 누구나 똑같이 고통스럽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그런 치료방법을 개발한다면 우리나라에서만 독점할 건가? 전세계 어느나라를 둘러봐도 국익을 위해 AIDS 치료제를 개발하고,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사례는 본적이 없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줄기세포=국익의 등식이 성립하고, 우표까지 만들어내서 외신지의 기사거리가 되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내 이성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아무리 언론이 그를 우상화하고,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온 국민이 그를 교주처럼 떠받들어도, 그가 과학자적인 양심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를 바랬다. 그래도 그는 이미 충분히 스타이고, 훌륭한 학자였으니까. 실망스럽게도 그는 스타과학자가 아니라 스타정치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공계 위기라는 대한민국의 일년치 과학예산을 혼자 독식하고, 줄기세포 허브라는 사실상 전세계 난자공급처나 다름없는 기관까지 만들어낸다.

그러던 차에 불법매매된 난자 사용과 연구원의 난자기증이라는 사건이 터진다.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원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 월화수목금금금이나 라면간식 모두 익숙한 얘기라는것, 그 라면조차 같이 먹을만한 공동공간 하나 없어 실험실에 앉아 시약냄새인지 라면냄새인지 구분못하고 배를 채워도 실험만 잘되면 그냥 행복하다. 월급 40만원도 근래얘기다. 대학원 입학하자마자 하는일이 새도장파서 통장 만드는 일이었던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렇게 일하는 한국 대학원생들이 헬싱키 선언이 뭐고, 연구윤리가 뭔지 솔직히 알게 뭔가. 당장 실험할 난자가 턱없이 모자라는데 본인이 내놓을 수 있는거라면 시집도 안간 처녀가 산부인과 시술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 감수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이게 자발적인건지 강압인건지는 본인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에 논문을 출판했다면 누구말마따나 한국 축산학회지에 낸 논문이 아닌 이상, 그런 한국적 특수성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의혹이 제기되었을때 거짓말을 할게 아니라 몰랐으면 몰랐던데로 솔직히 인정하고 재발을 막기위해 힘썼어야 했다. 그걸 계기로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한국적 특수성’도 개선될 수 있도록.

그런데 속을 좀더 들여다보니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실험에 그토록 많은 난자를 제공한 노성일씨의 이름이 논문(2004년 Science) 저자에서 빠져있고 대신 특허 출원인이 되어 특허 지분의 40%가 그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국익은 사실 국가에게로 되돌아 오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상당한 부분이 돌아가게 되어 있었던것이다. 게다가 애매모호한 authorship 선정기준. 역시 스타정치가답게 청와대 보좌관을 저자로 넣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뿐만아니라 요 며칠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2005년도 논문 조작건. 180여개의 난자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분리해냈기에 획기적인 기술향상이라는 이논문이 사실상 11개가 아니라 3개인것으로 수정될 예정이고, 그나마도 논문의 군데군데에는 미심쩍은 사진이나 그래프가 한두개가 아니다. 한국 신문기사들에 따르면 실수로 duplicate 되었다고 하지만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실수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걸 안다. 실수로 사이즈를 바꾸고 스케일바가 조작된단말인가? 이런 의혹에 대해 하루면 끝나는 DNA 검사도 거절하고, 또 언론에 흘린, 별 관련없는 내용의 다른 페이퍼 두편으로 어떻게 이미 출판된 논문을 증명한단 말인가.

나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최고 과학자쯤 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연구결과가 아무런 보탬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질수 있도록 노력하고, 아무리 사소한 데이터라도 조금의 거짓도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연구비를 후학이나 동료들에게 돌릴수 있을만큼의 아량은 못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발언 대신에 자기밑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제자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모습정도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결과로 인정받는 것이지 정치적 수완과 화술로 인정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요즘 한국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무척 슬프다.

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
이제 더이상 속는것은 당신들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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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Responses to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

  1. Andyon 06 Dec 2005 at 8:15 pm

    1대 교주 히딩크에 이은 한국의 신화창조 잖아요,

  2. 덧말제이on 06 Dec 2005 at 10:33 pm

    아주 깔끔하게, 그러나 잘 정리된 이야기라는 느낌이예요.

  3. 달군on 06 Dec 2005 at 11:26 pm

    좀더 많은 사람이 읽을수 있으면 좋겠다. 딱 그런 생각이 들어요.

  4. 개울on 06 Dec 2005 at 11:41 pm

    글 정말 잘 읽었어요. 달군 말처럼 이런 글이 널리 읽혀야 되는데…

  5. mi-ringon 06 Dec 2005 at 11:41 pm

    이 죽일 놈의 국익

    이번주 화제의 영화는 개봉 첫날 올 하반기 관객동원 1위 기록을 가볍게 넘어선 황우석씨와 국익씨 ì…

  6. 태엽감는새on 07 Dec 2005 at 1:16 am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살짝 딴지를 걸자면 난자를 댄 노성일 이사장은 이 논문의 세컨드 오서입니다. -_-
    대신 난자 기증자이자 신의 손이라 불렸던 박을순씨의 이름이 빠져있더군요.

    Woo Suk Hwang,1,2* Sung Il Roh,3 Byeong Chun Lee,1 Sung Keun Kang,1 Dae Kee Kwon,1 Sue Kim,1 Sun Jong Kim,3 Sun Woo Park,1 Hee Sun Kwon,1 Chang Kyu Lee,2 Jung Bok Lee,3 Jin Mee Kim,3 Curie Ahn,4 Sun Ha Paek,4 Sang Sik Chang,5 Jung Jin Koo,5 Hyun Soo Yoon,6 Jung Hye Hwang,6 Youn Young Hwang,6 Ye Soo Park,6 Sun Kyung Oh,4 Hee Sun Kim,4 Jong Hyuk Park,7 Shin Yong Moon,4 Gerald Schatten

    설마 자기가 일도 안 하고 크레딧도 못 받는 연구에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저 사람들은. 대신 다른 제공자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7. 태엽감는새on 07 Dec 2005 at 1:17 am

    아 죄송합니다. “논문 저자로 빠져있고”라고 쓰셨으니, 저자에 들어갔다는 소리군요.
    어쩐히 앞뒤 문맥이 안 맞는다 했습니다.

    수정이 잘 안 되서 그냥 두 번째 글을 남깁니다.

    꾸벅.

  8. 마른미역on 07 Dec 2005 at 5:36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9. 명이사랑on 07 Dec 2005 at 7:12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먼곳에 계시지만… 기운내세요.

  10. prozacon 07 Dec 2005 at 12:14 pm

    Andy님. 덧말제이님. 개울님. 달군님. 마른미역님. 명이사랑님.
    갑자기 너무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일일이 답을 못드리게되어 죄송합니다. 두서없이 쓴글이라 길고 지루했을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엽감는새님. 제가 문장을 좀 혼동되게 적었나봅니다. 난자제공에 문제가 없던 2005년도 논문에는 노성일씨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습니다만 불법매매난자를 제공받은 2004년도 논문에는 노성일씨의 이름이 없습니다. 이때문에 PD수첩은 논문에 이름이 빠진대신 주어진 특허지분이 불법취득난자에 대한 덮어주기와 보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지요. 지적해주신 덕분에 문장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11. 젯털on 08 Dec 2005 at 6:19 am

    그간의 일을 비교적 소상하게 다이제스트 해 주시는군요.
    잘 봤습니다. 정말 이게 웬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12. :-(on 08 Dec 2005 at 3:23 pm

    글 잘 읽었습니다. 언론이 그를 스타과학자로 만든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일의 바이엘사의 전세계 90개국 이상 110억정 이상 판매되는 아스피린 경제적 값어치는 무시할수없듯이, 국익 결코 무시할수 없습니다.
    황교수님의 연구는 계속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3. prozacon 08 Dec 2005 at 4:02 pm

    젯털님.
    정말 저도 이게 웬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요즘 상황돌아가는거 보면 참 답답하네요.

    :-( 님.

    제 글을 잘못 이해하신듯 한데,
    1. 저는 줄기세포 연구 = 국익 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나라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제가 아쉬운 것은 언론의 과학기사에 대한 부풀리기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최고 과학자라는 분이 그에대해 과학자답게 처신하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2. 바이엘의 아스피린 독점권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당장 약국에 들러서 아스피린을 달라고 해보시면 제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3. 무엇보다도, 과학자의 연구가 국익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들은 무시되고 평가 절하되어도 되는건 아니니까요.
    4. 저도 황박사팀의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자의 본업은 연구이지, 수염기르고 병상에 누워 언론플레이 하는거라고 생각하지 않기때문입니다.

  14. GONSon 09 Dec 2005 at 12:22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근간의 상황을 황교수 지지파와 반대파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황당한 사람들도 꽤나 있더군요.
    둘 다 논리 없는 감정적 대응은 그만둬라는 식의
    어쭙잖은 내려다보는 시선엔 정말 웃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5. GONSTORYon 09 Dec 2005 at 4:26 am

    개인적인 황교수 논란의 결론.

     
    +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 / prozac
     

  16. 골룸on 09 Dec 2005 at 11:22 am

    잘 읽고 갑니다.

  17. prozacon 09 Dec 2005 at 4:59 pm

    GONS님. 골룸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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