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09 2006
폭발사고
엊그제 랩에서 작은 폭발사고가 났다. 규모는 작았으나 온 건물에 화재경보가 내려져 이공계학생 전부가 서식(?)하는 텍건물사람들 모두가 대피해야했고 한명은 얼굴전체에 2도화상을 입고 다른 한명은 얼굴과 팔에 1도화상을 입었다. 지역 방송 뉴스와 신문까지 장식했으니 작은 사고였다고만은 할 수 없으려나. 위치는 내가 늘 일하던 후드를 등지고 있는 맞은편 후드였으니 만일 내가 랩에서 일하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하다. 폭발이 일어났을때 나는 랩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논문을 마무리 짓고 있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후드밖으로 불길이 치솟는게 보였다.
사고가 나고나서 랩에 남아있던 친구들은 우왕좌왕 어쩔줄을 몰랐고 폭발한 후드옆에 있던 친구들은 재를 뒤집어쓰고 쇼크에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한 친구가 911에 전화를 하고 복도에 있는 safety shower에 화상입은 친구를 밀어넣고, 폭발이 어찌될줄 몰라 랩밖으로 뛰쳐나와 서성이는 사이에 소방관 아저씨들이 왔다. 다친 친구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남아있는 우리더러 빨리 대피하라고 하는 와중에 건물 전체에 소방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화학실험실에 있다보면 불이 나거나 작은 폭발사고를 겪곤 하는건 드문일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 사고가 난후 다음에 똑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처음엔 도대체 왜 그렇게 밖에 대처하지 못했는가 어처구니 없었는데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너희는 소방관이 아니다. 불을 보면 바로 후드닫고 동료들 데리고 도망쳐라. 만일 사고로 너희들중 하나라도 잃었더라면 그담에 리써치는 무슨 소용이며 커리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라는 지도교수의 말에 다들 숙연.
이런저런 사고를 통해 많은걸 배운다. 폭발의 와중에서도 반응을 돌리던 pyrex flask는 금하나 가지않고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품질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